지갑을 두고 나가도 되는 날을 만들고 싶다면, 모바일 신분증 앱부터 설치하기보다 발급 방식을 먼저 고르는 편이 덜 헷갈린다. 정부의 모바일 신분증 안내는 모바일 신분증이 실물 신분증과 법적으로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행정기관 발행 신분증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법적 효력이 같다는 말과 매일 쓰는 방식이 편하다는 말은 다르다. 처음부터 “IC로 만들지, QR로 만들지”를 정하면 준비물, 방문 장소, 스마트폰을 바꿨을 때의 귀찮음까지 한 번에 보인다.

모바일 신분증은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카드의 묶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민간 앱에 보이는 간단한 인증 화면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발행하는 신분증을 스마트폰에 넣어 쓰는 흐름이다. 공식 안내에는 모바일 주민등록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같은 발급 안내가 따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 “모바일 신분증 만들래”라는 질문은 너무 크다. 주민등록증을 기준으로 만들 것인지, 운전면허증을 기준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IC 방식으로 갈 것인지 QR 방식으로 갈 것인지부터 나눠야 한다.

주민등록증은 IC가 오래 쓰기 좋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안내에 따르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사람은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IC 주민등록증 방식은 온라인 신청 또는 주민센터 방문으로 IC 주민등록증을 신청하고, 수령한 IC 주민등록증을 휴대전화 뒷면에 태그해 본인인증을 거쳐 발급하는 흐름이다. 준비물로는 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 1장, 신분증, 수수료 1만원이 안내되어 있다. 한 번 제대로 바꿔 오래 쓰겠다는 쪽이라면 이 방식이 먼저 떠오른다.

QR은 시작은 가볍지만 나중에 다시 가야 할 수 있다
QR 방식은 IC 주민등록증을 따로 만들지 않고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모바일 신분증 앱으로 QR코드를 촬영해 발급받는 흐름으로 안내되어 있다. 실물 주민등록증 지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같은 안내에 적혀 있다. 장점은 시작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교체했을 때의 재발급 안내를 보면, IC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새 휴대전화에 태그해 본인인증으로 재발급할 수 있지만 기존 주민등록증만 있다면 IC 주민등록증을 신청하거나 주민센터에서 QR 촬영으로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가까운 주민센터가 편한 사람에게는 QR이 가볍고,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는 IC가 덜 번거롭다.

운전면허증이 있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다
운전면허증을 평소 신분증처럼 쓰는 사람은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안내도 같이 볼 만하다. 이 안내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누구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IC 운전면허증 방식과 운전면허시험장 QR 발급 방식을 나눠 보여준다. IC 운전면허증은 안전운전통합민원 홈페이지 또는 운전면허시험장·경찰서 방문으로 신청하고, 준비물에는 6개월 이내 사진 1장, 신분증, 수수료 1만 5천원이 적혀 있다. QR 방식은 운전면허시험장 방문, 실물 운전면허증 지참, 신청서 제출, QR 촬영 순서다.

처음 며칠은 실물 신분증을 같이 들고 다닌다
모바일 신분증 공식 첫 화면은 은행과 편의점 같은 사용 장면을 예로 들고, 신분증이 필요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처음 만든 직후에는 실물 신분증을 바로 서랍에 넣지 않는 편이 낫다. 현장 직원이 검증 앱이나 확인 절차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일부 업무는 기관 내부 절차가 더 느리게 따라올 수 있다. 특히 계약, 금융, 공항, 병원 접수처럼 일정이 틀어지면 귀찮은 날에는 모바일 신분증을 시험하러 가는 날이 아니라, 실물과 모바일을 같이 들고 가서 어느 쪽이 통하는지 확인하는 날로 잡는다.

민간 앱은 옵션이고, 기준은 공식 발급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민간 앱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공식 안내는 정부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증 앱 외에 평소 쓰는 앱에서도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용 예로 삼성월렛을 안내한다. 이 흐름은 반갑지만, 처음 발급할 때의 기준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앱에 보이느냐”보다 먼저 볼 것은 내가 어떤 신분증을 어떤 방식으로 발급받았는지다. 공식 발급이 되어 있어야 민간 앱 연결도 의미가 있고, 앱이 늘어나도 IC와 QR의 차이는 그대로 남는다.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선택 기준은 이렇게 잡으면 된다.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거나 오래 쓸 신분증을 만들고 싶다면 IC 주민등록증 또는 IC 운전면허증을 먼저 본다. 오늘 바로 가깝게 시작해보고 싶고, 나중에 다시 주민센터나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해도 괜찮다면 QR 발급이 가볍다. 그리고 처음 몇 번은 실물 신분증을 같이 들고 다니며 내 생활 동선에서 실제로 통하는지 확인한다. 모바일 신분증은 지갑을 완전히 없애는 마법보다, 지갑을 덜 꺼내는 날을 늘리는 도구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