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이름은 축제 끝이었다. 아직 축제 현수막도 걷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벌써 끝이라고 적었다. 준은 버스 정류장에서 초대 알림을 눌렀다. 사진을 올리는 친구, 어디서 먹을지 묻는 친구, 배터리가 없다고 말하는 친구가 차례로 나타났다.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준은 인원 목록을 내리다가 손을 멈췄다. 민서가 없었다. 어제까지 소품을 함께 정리하던 사람이 목록에 없으니 빠진 것이 바로 보였다.
처음에는 연락처가 없는 줄 알았다. 준이 민서는 안 들어왔냐고 묻자 누군가 걔 오늘 먼저 갔잖아라고 답했다. 먼저 간 것은 맞았다. 민서는 집에 일이 있다고 했고, 남은 쓰레기봉투를 묶어 놓고 나갔다. 그런데 먼저 집에 간 친구가 이 방에 민서 말고도 있었다. 준은 그 말을 쓰려다가 지웠다. 한 친구가 새 사진을 올렸고, 웃는 표시가 여러 개 붙었다. 대화는 이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준도 사진에 표시를 하나 눌렀다. 그러고 나니 아까 질문이 더 멀어졌다. 민서를 빼자는 말에 동의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름이 빠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이 맞는지보다 지금 무슨 말을 하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을지가 먼저 떠올랐다. 버스가 와서 화면을 껐지만, 문이 닫힐 때까지 준은 그 짧은 대화를 기억했다.
다음 날 민서는 뒤풀이가 있었냐고 물었다. 준은 아직 어디 갈지 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민서는 아, 그렇구나 하고 필통을 열었다. 준은 민서가 서운한지 궁금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 같기도 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얼굴에서 답을 찾으려 하니 자기에게 편한 해석이 먼저 나왔다. 모르는 것 같으니까 괜찮은가. 알고도 신경 쓰지 않는 건가. 하지만 표정만으로는 어느 쪽도 알 수 없었다.
AI 이미지화면 밖에서도 이어지는 자리
쉬는 시간에 민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만 모르는 방이 따로 있는 거야? 준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부 다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려다가 멈췄다. 민서가 묻는 것은 정확히 몇 명이 들어가 있는지가 아니었다. 같이 일한 친구들이 다음 약속을 잡는 동안 자기는 왜 모르는 사람처럼 남아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준은 어제 목록을 보고 물어봤지만 대답을 끝까지 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서는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민서는 처음 겪는 기분은 아니라고 했다. 며칠 전에도 쉬는 시간에 약속 장소가 바뀌었는데 자기만 몰랐다고 했다. 누가 일부러 숨긴 건지, 전달하다 빠진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 뒤로 친구들끼리 웃는 소리가 들리면 무슨 이야기인지 묻기 전에 눈치를 봤다고 했다. 준이 어제 받은 질문 하나로 다 알 수 없던 시간이 그 말 안에 있었다. 준은 민서가 지금 알려 주는 일과 자신이 직접 본 일을 구분해 들었다. 둘을 섞어 단번에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가 중요한 이유를 놀 사람이 필요해서라고만 설명하면 이 장면은 작아진다. 친구는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고, 이상한 생각을 말했을 때 웃어 주는 사람이며, 모르는 문제를 같이 붙잡는 사람이기도 하다. 같은 반에 있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내 자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단톡방의 목록은 작은 화면이지만 그 화면이 교실의 대화와 다음 날의 약속에 이어져 있다면, 그 안팎의 구분은 화면 밖에서도 느껴질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생긴 일이라는 이유로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읽음 표시나 늦은 답장이 배제의 증거인 것도 아니다. 답할 시간이 없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멈출 수 있고, 대화방의 목적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확인해야 할 것은 표시 하나의 뜻을 추측하는 일만이 아니다. 누구에게 필요한 정보가 닿지 않는지, 특정인이 반복해서 빠지는지, 빠진 사람이 무엇을 겪는지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민서의 서운함을 듣는 것과 아직 모르는 의도를 단정하지 않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었다.
최근 온라인 배제를 다룬 린과 동료들의 연구는 이탈리아 북부 중·고등학생 858명을 조사했다. 나이는 11~20세였고 평균은 약 14세였다. 연구진은 최근 3개월 동안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중요한 WhatsApp 또래방에서 퇴장당한 경험을 물었다. 그 경험은 다른 친구들의 활동에서 빠질까 걱정하는 정도, 그리고 교사가 평가한 정서·또래관계 어려움과 관련돼 있었다. 연구 원문은 2024년 온라인 공개 후 2025년 학술지에 실렸다.
이 연구는 답장을 받지 못한 경험을 조사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방에서 퇴장당한 경험에 대한 횡단 조사이며, 한 번과 반복된 퇴장을 같은 범주로 묶었다. 따라서 퇴장이 어려움을 일으켰다는 방향이나, 그 경험이 모두 같은 무게였다고 말할 수 없다. 교사평가도 우울증 진단이 아니다. 민서가 처음부터 초대받지 않은 장면과 그대로 같은 상황도 아니다. 다만 디지털 관계의 바깥에 남는 경험을 단순히 휴대전화에 너무 신경 쓰는 문제로만 줄이지 않을 근거가 된다.
준은 민서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말이 위로처럼 들릴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모르면서 별일 아니라고 정하면, 민서는 방에서 빠진 이유에 더해 서운해할 이유까지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준은 대신 어제 내가 바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서가 원하면 같이 알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서는 지금 모두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준은 그 말을 기억하기로 했다.
조용히 있으면 내 선택은 없어질까
점심시간 전 대화방에 새 메시지가 올라왔다. 민서는 다음에 부르자는 말이었다. 왜 다음인지 설명은 없었다. 준은 알겠다는 표시를 누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누구를 비난하는 긴 글을 쓰지도 못했다. 같은 방의 친구들 중에는 준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있었고, 민서와 최근 다툰 사람도 있었다. 둘이 싸운 일이 있으니 당분간 따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마음이 함께 일한 사람에게 필요한 연락을 빼도 된다는 뜻이 되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모든 친구를 모든 사적인 모임에 초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이의 차이도 있고, 관계를 잠시 쉬어야 할 때도 있다. 경계를 정하는 일과 다른 사람들이 특정인을 무시하도록 모으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거리를 두겠다는 선택이 여러 사람이 웃음을 주고받으며 한 사람의 평판을 깎는 행동으로 번질 때, 그 영향은 둘 사이의 다툼을 넘어간다. 같은 공간에서 필요한 정보와 활동 기회를 막는 일도 단순히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말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느 편도 아닌 채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대화방에서는 표시 하나도 반응이 됐다. 웃는 표시가 많으면 그 농담을 다들 괜찮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침묵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반대가 없다는 모습만 남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조용히 있던 사람 모두가 같은 의도로 가담했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겁이 났거나, 상황을 모르거나, 말을 고르고 있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에도 같은 반응만 할 것인지였다.
또래의 영향은 누군가가 대놓고 따라 하라고 말할 때만 생기지 않는다. 누가 어떤 말을 하고 그 말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서, 우리는 이 안에서 해도 되는 행동의 범위를 짐작한다. 준에게도 친구들의 반응은 정보였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것을 혼자 묻는 순간 자기가 분위기를 모르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됐다. 그런 걱정이 있다고 해서 배제를 괜찮게 여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마음속 생각이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있었다.
반대로 누군가 차분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면 그 모습도 정보가 될 수 있다. 비웃는 말에 표시를 보태지 않는 것, 필요한 공지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확인하는 것, 옆에 앉아도 되는지 묻는 것은 큰 연설과 다른 방식의 참여다. 어느 행동이든 모든 상황에서 안전하거나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위협이 있거나 개입하는 사람까지 공격받는 상황이라면 혼자 맞서는 일을 용기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래가 할 수 있는 도움과 어른이 맡아야 할 보호는 함께 있어야 한다.
준은 방에 한 문장을 썼다. 축제 준비한 사람에게 뒤풀이 일정은 같은 곳에서 알려 주면 좋겠어. 전송한 뒤 한동안 아무 답도 오지 않았다. 준은 화면을 엎어 놓았다가 다시 봤다. 마음이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누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물을까 봐 손에 땀이 났다. 그래도 민서가 서운해한다는 말을 대신 공개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본 연락의 누락과 자신이 원하는 기준을 말했다. 친구를 돕는 말에도 그 친구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꺼낼지 생각할 자리가 필요했다.
상처를 인정하는 일과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 일
민서는 자기가 너무 신경 쓰는 건지 물었다. 준은 아니라고 바로 말했지만 그 뒤의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네가 예민한 게 아니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준은 직접 겪지 않은 일을 안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같이 준비한 사람들의 연락에서 자꾸 빠진다면 자신도 서운할 것 같다고 했다. 민서는 그 말에 처음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최종 판정을 내려야만 지금의 불편함을 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제가 순간의 느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실험도 있다. 무니니와 동료들은 이탈리아 11~14세 학생 84명에게 가상 공 던지기 게임을 하게 했다. 학생들은 익명화된 학급 친구와 한다고 믿었지만 상대는 프로그램이었다. 각 학생은 포함·제외와 상대 선택·무작위 배정을 조합한 네 조건을 무작위 순서로 경험했다. 제외 조건 뒤에는 포함 조건 뒤보다 그 순간의 소속감과 자존감 보고가 낮았다. 2025년 논문은 2024년 12월 온라인 공개됐다.
여기서 상대를 선택했다는 것은 실제 친한 친구를 지명했다는 뜻이 아니다. 가명과 성격 형용사로 표시된 상대를 골랐다. 약 20분의 실험에서 각 조건 직후 자기보고를 측정했으므로, 단톡방 배제의 장기 효과나 실제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결과로 바꿔 읽을 수 없다. 이 연구는 민서의 마음을 진단하지도 않는다. 짧고 통제된 상황에서도 제외 경험에 대한 반응이 측정됐다는 점과, 실제 관계는 그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함께 기억할 수 있다.
민서가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인정하는 데 거창한 뇌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공이 오지 않는 게임과 채팅방의 목록이 똑같아서도 아니었다. 함께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빠져 있다고 느꼈다는 말을 먼저 들으면 됐다. 동시에 준이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방이 처음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가 초대할 수 있었는지, 민서와 다툰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감정을 듣는 일을 곧바로 모든 사실을 안다는 주장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 필요했다.
괴롭힘인지 살필 때는 반복이나 반복될 가능성, 공격적인 행동과 힘의 불균형 같은 맥락이 중요하다. 미국 보건당국의 StopBullying.gov 안내는 힘이 신체적 강함뿐 아니라 인기나 상대가 곤란해질 사적 정보를 쥐고 있는 것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러 관계에서 배제하거나 소문을 퍼뜨리는 행동도 다룬다. 이 설명은 한국의 학교폭력 여부를 판정하는 법적 기준을 대신하지 않는다. 또한 횟수가 쌓이기 전에는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된다는 뜻도 아니다. 한 번이라도 위협이나 심한 피해가 있다면 바로 안전을 살펴야 한다.
한 번의 다툼을 곧장 따돌림이라고 부르면 구체적인 사정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이름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필요한 도움이 늦어진다. 준과 민서는 지금 확인되는 일을 적어 보기로 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는 문장이 먼저 나올 때도 있었다. 그때 준은 그건 네 착각이라고 지우지 않았다. 그렇게 느꼈던 상황과 실제로 있었던 대화를 따로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확인할 내용을 찾고 싶었다.
누군가를 대신해 결말을 만들지 않기
민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면 일이 커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준은 무조건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와 누구에게 먼저 말하면 덜 불안할지를 같이 생각했다. 민서는 수업 뒤에 잠깐 상담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준이 처음에 함께 가 주면 좋겠지만 이야기는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앞에 나서는 순간보다 속도를 맞추는 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방에 다시 초대하거나, 모두 모아 놓고 사과를 받게 하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도움을 받는 사람의 선택이 또 줄어들 수 있다.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면 다시 같은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될 필요도 없다. 함께 어울릴 기회가 있는지와 그 자리에 들어가도 괜찮은지는 다른 질문이다. 어제의 목록을 되돌린다고 어제의 느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식 지원 안내도 피해 학생에게 무시하라거나 몸으로 맞서 싸우라고 하지 말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살피라고 권한다. StopBullying.gov의 지원 안내는 괴롭힘을 동등한 책임을 나눠 가진 두 사람의 갈등처럼 중재하거나 대면을 강요하는 접근도 경계한다. 학교의 담당 교사·상담자와 상황을 확인하고 보호 방법을 논의하는 것은 친구끼리 화해를 성사시키는 일과 다르다. 준이 해야 할 일은 어느 쪽이 이겼는지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괴롭힘 대응 안내는 기록을 남기되 괴롭힘 메시지를 재전달하지 말라고 권한다. 필요한 기록은 날짜와 맥락을 남겨 믿을 만한 어른이나 담당자에게 제한해서 보여 주고, 조롱하는 내용을 다른 방에 구경거리로 옮기지 않는 편이 좋다. 민서의 휴대전화를 대신 뒤지거나 캡처를 요구할 이유도 없었다. 준이 직접 받은 메시지와 본 일을 설명할 수 있었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하고, 위험이나 반복되는 일이 보이면 혼자 판단을 끝내지 않으면 됐다.
몸을 해치겠다는 위협, 금품을 요구하는 말, 성적인 이미지의 유포나 즉각적인 신체 위험이 있다면 친구끼리 확인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 가까운 안전한 어른과 학교의 담당자에게 즉시 알리고, 급박한 위험에는 경찰이나 응급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현장 대응 안내도 심각한 신체 위해의 위협이나 심각한 신체 손상 등에는 즉각적인 경찰·의료 도움을 권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보다 안전을 지킬 통로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민서가 불편했던 상황과 준이 본 일을 각각 물었다. 당장 같은 방에 들어가면 해결되겠느냐고 몰아가지 않았다. 학교 활동과 관련된 정보가 빠지지 않게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면 누구에게 어떻게 알릴지 함께 정하기로 했다. 필요한 확인은 선생님이 이어가겠다고 했다. 민서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말한 내용을 한꺼번에 꺼내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공유의 범위도 먼저 설명하겠다고 했다.
준은 교실로 돌아오며 이제 해결된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민서는 아직 조용했고 대화방의 분위기도 갑자기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는 준의 메시지에 짧게 동의했고, 누군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음 날 무엇이 달라지는지 더 봐야 했다. 준이 한번 용기를 냈다는 이유로 민서가 바로 기분을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움을 건넨 사람의 뿌듯함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안전과 선택이 먼저였다.
점심시간에 준은 민서에게 같이 앉겠느냐고 물었다. 민서는 잠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자리를 당겼다. 어제 일에 대해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오늘 반찬 이야기를 하고, 오후 수업에 가져갈 준비물을 확인했다. 민서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기다렸다. 민서를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이 민서를 계속 지켜보는 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랐다. 같이 앉은 시간에도 각자 자기 몫의 평범한 대화가 있을 수 있었다.
준의 휴대전화는 식판 옆에서 한 번 울렸다. 그는 바로 열어 보지 않았다. 화면 안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있었고, 화면 밖에는 지금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쪽도 없는 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다만 어제와 다른 행동 하나는 할 수 있었다. 빠진 자리를 알아챘다면, 그 자리에 돌아올지 말지까지 대신 정하지 않고 곁을 내줄 수 있었다.
참고 연구와 안내
- Lin, S., Longobardi, C., Fabris, M. A., & Settanni, M. (2025; 온라인 2024). Being kicked out of a WhatsApp group: Frequency and association with adolescents’ psychosocial well-being and School Achievement.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횡단 조사로 인과를 확인한 연구가 아닙니다.
- Munini, S., Paglieri, F., Sapienza, A., Negri, M., & Marini, M. (2025; 온라인 2024). Picking Your Friends is a Risky Business: Psychological Impacts of Social Exclusion and Teammates Selection in a Cyberball Game with Middle School Students. Youth & Society. 짧은 가상 게임 조건 직후의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 StopBullying.gov. What Is Bullying, Support the Children Involved. 괴롭힘의 특징과 안전을 중심으로 한 지원 안내입니다.
청소년 심리학 연재 5회입니다. 앞선 글은 「장래희망 칸을 비워 둔 날」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는 공개 후 이어집니다.